AA 04: 정경은, 강민성, 박소나
Ask the Artist 는 작가와 작업에 관해 묻고 답하는 형식의 간단하면서도 핵심적인 인터뷰 시리즈 입니다. 2024 서치라이트 《초분시간(s”m’h)》의 참여작가 정경은, 강민성, 박소나의 AA 를 만나보세요.
Ask the Artist : Chung Kyung Eun

Q. 나에게 공예란?
A. 너무 거창하게 말하고 싶진 않지만, 신앙의 일종인 것 같아요. 저는 반복되는 노동에서 배우는 것들이 다음 작업에 더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어요. 그 과정이 고행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거기서 저는 분명한 일말의 행복을 느끼거든요.

Q. 기계로 만든 것이 아닌 수작업으로 만드는 것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A. 작업자의 시간이 흘러가 없어지지 않고 차곡차곡 쌓여서 체화되는, 기술 이상의 경험과 반복 노동을 통해서 깨닫게 되는 물성의 특징들이 있어요. 기계에 학습시키기엔 감각과 임기응변으로 대처해야 하는 부분들이요. 그게 수작업을 필요로 하는 이유이자 가치인 것 같습니다.

Q. 패션을 공부하시다가 자수 작업을 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A. 디자인을 공부하다 보면 제작 방식에 대한 이해도가 선행되어야 하는 부분도 있는데, 그 제작 방식을 알아보던 중 자수 및 여러 분야의 공방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서 하나의 의상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에 큰 매력을 느꼈어요. 그 당시에는 그 톱니바퀴의 일부가 되고 싶다는 강한 욕망? 같은 걸 갖게 되었구요. 그게 시작이었네요.

Q. 한국에서의 자수, 나아가 공예로서의 자수 분야에서 작가님이 목표하시는 바가 있으실까요?
A. 여전히 톱니바퀴의 일부가 되고 싶습니다. 자수는 완성이 시작인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아요. 자수 작업이 끝나고서도 여전히 원단이라는 ‘재료’의 물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랄까요. 평면 작업뿐만 아니라 의상 작업에 계속 참여하는 이유도 제 작업이 어떠한 완성물로 쓰일(입혀질) 수 있는 형태를 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앞으로도 다양한 완결성을 가지는 작업을 시도해 보고 싶어요.

Q. 점과 같은 바늘 끝을 바라보면서도 큰 그림을 생각해야 되는 작업이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한 번 시작하실 때 한 자리에서 오래 하실 것 같기도 하고요. 바늘 끝과 큰 대지와 같은 양끝점을 오가면서 어떤 생각을 하실지 궁금해요.
A. 신기하게도 제 주변 분들은 한 번씩 이 질문을 하시는 것 같아요. 제 대답은 비슷합니다. 생각보다 생각을 안 해요. 생각은 너무 많은 생각들을 불러오고, 그러면 손이 둔해져요. 큰 그림은 수틀을 걸기 전부터 정해져 있고, 나머지는 손이 알아서 하도록 두는 편입니다. 그래서 수틀을 걸기 전이 오히려 길게 고민하는 시간이죠.

Q. 작업 하시면서 즐겨듣는 노래가 있으신가요?
A. 사실 노래를 즐겨 듣지는 않아요. 아무것도 틀어 놓지 않을 때도 잦습니다.

Ask the Artist : Kang Min Seong

Q. 나에게 공예란?
A. 단순히 실용성 있는 제품들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닌 재료, 기법적 특징들을 가지고 예술로 승화 시킬 수 있는 무궁무진한 힘을 지닌 것이 공예라고 생각합니다.

Q. 기계로 만든 것이 아닌 수작업으로 만드는 것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A. 유니크함이 가장 큰 가치라고 생각해요. 예전보다 개인의 개성과 가치를 더 잘 보여주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작업 특성상 아무리 똑같이 만들더라도 미묘한 차이점이 있으며, 그로인해 나만의 것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특별하죠.

Q. 작가님이 보셨을 때 달항아리의 어떠한 미학이 현대에 이르러 각광받고 있는 것 같으신가요? 어떠한 해석을 통해 그것을 풀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A. 달항아리 자체가 조화로움을 이야기하다 보니, 많은 분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현대에 자연스럽게 조명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제가 처음 작업을 시작했을 때에는 많은 재료들을 사용하며 나의 즐거움과 생각들을 풀어냈다면, 달 항아리라는 소재를 접하고 나서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바뀌게 된 것 같아요. 상하 결합의 제작 방식에 가장 초점을 맞추어 다른 재료와의 치환을 통해 현대의 달 항아리를 작업했습니다.

Q. 결합이라는 개념을 풀어낼 또 다른 작가님만의 방향이나 계획이 있을까요?
A. ‘달항아리’ 작가로만 기억되고 남고싶은 생각은 없어요. 형태에 구애받지 않는 새로운 작품들을 구상 중이며, 의도적으로 기존 쓰임에서 벗어난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고 구성하여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품들을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Ask the Artist : Park Sona

Q. 나에게 공예란?
A. 물건과 물건을, 자연과 인간을, 인간과 인간을 보기 좋게 만나게 해주는 기술. (‘공예를 생각한다’ 최범 저)
Q. 기계로 만든 것이 아닌 수작업으로 만드는 것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A. 제가 만든 작품들이 누군가의 손에 전해져, 그들의 삶 속에서 매일 바라보는 화병이 되고, 아침마다 사용하는 물잔이 되었을 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이 있어요. 제가 즐겁게 손으로 만든 그것은 저의 가치와 의도, 감정을 담고 있지만, 그것이 다른 세계와 만나면서 유기적으로 변화한다는 점을요.

사람들은 모두 다릅니다. 사는 곳, 취향, 일어나고 자는 시간까지 모두 제각각이에요. 사람들이 각자의 감각으로 제 작품을 이해하고 자신의 세계 안에서 해석하며 사용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또한 제 작업의 연장선입니다. 물건이 쓰이고 있는걸 보면, 가끔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닌 듯한 낯선 감정이 들기도 한답니다. 분명 내가 만든 것인데, 참 새로운 우주에 있구나 하고요. 그리고 이 새롭게 부여받은 물건의 삶들을 관찰하며 저는 또 다시 영감을 받아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수작업의 가치는 단순히 물건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여 새로운 에너지를 창조하며,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냅니다. 이것이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소중한 손의 힘이라고 믿습니다.

Q. 고대 유물처럼 보이도록 수백수천 년의 흔적을 담아내는 데 주력하신다셨어요. 실제 시간을 담아낼 수 없는 대신 작가님은 어떻게 시간의 축적을 표현하고 계실까요?
A. 제가 만든 세계관으로 들어갑니다. 제 작품은 어떤 세계의 밑에 잠겨 있습니다. 밑으로 들어가 잠겨서 오랜 시간 동안 살아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하며, 머릿속에서 타임랩스를 돌리는 느낌이에요. 이 과정에서 풍화와 침식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그 속에서 모든 용도가 무로 변하는 공회전이 계속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적은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시각화됩니다. 축적은 무너지고, 다시 쌓이고, 또 다시 쌓여서 구조가 형성됩니다. 그 사이사이에서 생명이 꿈틀거리듯이, 하나하나 흙을 붙여 올리며 유기물의 세계를 표현합니다. 텍스처는 불규칙적으로 쌓인 흙의 슬립들이 점차적으로 디테일을 만들어가며, 불에 의해 이 터치들이 새로운 형태로 변형됩니다. 작품을 구울 때, 불의 뜨거운 열은 제가 쌓아 놓은 개성 있는 터치들을 훔쳐갑니다. 의도적인 저의 ‘풍화’겠죠. 이렇게 마지막까지 새로운 질감을 만들어내며 작품의 본질을 더욱 완성시킵니다.

Q. 시각 미디어 디자인 분야에서 도예 작업에 조금 더 집중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처음에는 흙이 재밌어서 시작했어요. 그런데 도자기는 꽤나 자연과 연결되어 있더라고요. 흙부터 캐서, 끝까지는 불에 나무까지 넣으면서 결과물을 만들잖아요. 이런 과정을 알아가면서 엄청나게 안정감을 느꼈습니다. 디자인할 때는 항상 불안했었어요. 파일이 커서 작업 도중 프로그램이 꺼지고, 파일이 깨지면 어쩌지 등등.. 물론 도자를 하면서 생기는 사고들도 많지만, 이때 마주한 실수들은 어쩔 수 없는 변수들이 많아서, 그래서 안정감이 들었어요. 어쩔 수 없지, 하고 넘어가는 마음이요. 이런 과정이 더 맞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도자기를 다룰 때 자연과 더 가까워졌고, 그렇게 만들면서 살다 보니 사람들과도 많이 만나게 됐어요. 그런 삶이 재밌어서 계속하고, 언젠가는 이렇게 재밌는 걸 나눌 수 있다면.

Q. 폴란드와 독일에서의 레지던시 생활이 작업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A. 국적이 다른 각 세계의 작가들과 불과 흙에 대해 이야기할 때, 침묵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어요. 다양한 인간들이 감각과 작업만으로도 연결된다는 것을 직접 체험하며, 제 자신을 다시 한번 멀리서 바라볼 수 있었어요. 나라는 사람을 주변의 자연과 사람들 속에서 다시 해석하고, 그 새로운 관점으로 한국에서는 해보지 않았던 작업 스타일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