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 05 : 김기태, 서진혁, 오유우

Published Date. 2024-12-10

Ask the Artist 김기태, 서진혁, 오유우
Ask the Artist 는 작가와 작업에 관해 묻고 답하는 형식의 간단하면서도 핵심적인 인터뷰 시리즈 입니다. 2024 서치라이트 《초분시간(s”m’h)》의 참여작가 김기태, 서진혁, 오유우의 AA 를 만나보세요.

Ask the Artist : Kim Ki Tae

Q. 나에게 공예란?
A. ‘물성과의 대화를 통한 만들기’.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실제로 표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나무와 대화하고 나무를 느끼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래야만 나무가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재료의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어요. 그 재료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 위에 작가의 감성과 미적 감각이 더해질 때에 비로소 ‘공예’가 됩니다.

Q. 기계로 만든 것이 아닌 수작업으로 만드는 것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A. 현대 사회에서는 공장이나 컴퓨터, 3D프린트 등을 사용해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잖아요? 하지만 이런 제품들은 실제생활에 사용을 하거나 보기에는 편할지 모르지만 인간적인 따뜻한 감성을 느끼기에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을 사용해 만든 공예작품들은 설명할 수 없는 미세한 디테일과 감성을 지니고 있어요. 재료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분석을 통해 재료를 내 것으로 만들고, 그에 더해진 반복된 수작업은 진정성 있는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됩니다. 거기에 작가의 개성과 작품의 희소성이 더해져 높은 가치를 지니게 되죠. 

Q. 목선반 작업에 대해 더 많은 분들께 설명해주세요.
A. 우드터닝(Woodturning)이란 나무를 목선반이란 기계에 고정하고 빠른 속도로 회전시켜 전용칼로 깎아 내는 행위를 말하며 저와 같이 목선반을 사용해 작품이나 상품을 만드는 사람을 우드 터너 (Wood turner) 라고 해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우드터닝(목선반)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낮은 편이지만 나무를 다루는 목공예 중에서도 우드터닝은 생활 목기(그릇, 접시, 화병)에서 부터 다양한 인테리어 오브제까지 많은 용도로 활용 할 수 있어요.

Q. 작업하기 전 두꺼운 통나무를 만질 때 어떤 마음이신지 궁금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야겠다, 라는 생각이 언제 떠오르시나요?
A. 나무를 처음 목선반에 고정을 할 때에는 여러 감정이 교차해요. 나무와 한판 싸움을 벌이기 위한 긴장감도 들고 때론 친한 친구를 만날 때의 설레임도 느껴지죠. 나무의 속은 알 수가 없고 워낙 변덕스럽기 때문에 잘 달래주어야 해요. 제 작업에서 대부분은 나무를 먼저 고르고 그다음 디자인을 하는데, 나무 각각의 고유한 개성을 살리고 본연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서입니다. 제 작품은 나무가 허락하지 않으면 불가능해요. 좋은 작품은 좋은 나무를 만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Q. 나무에 따라 다른 소리가 들리신다고 하셨는데 어떤 나무의 소리를 가장 좋아하시나요?
A. 나무는 수종에 따라서 깎이는 소리가 달라요. 나무가 무르고 결이 고운 나무일수록 부드러운 소리가 나고 결이 굵고 단단한 나무일수록 거친 소리가 나죠. 저는 개인적으로 단단하고 거친 나무를 좋아합니다. 예를 들어 느티나무, 참나무, 오동나무 등이 있겠네요. 

Q. 작업을 하며 나오는 톱밥이 되게 많은 것 같아요. 이 톱밥들도 활용 하시나요?
A. 아쉽게도 작업에서 나오는 톱밥들은 거의 모두 폐기 됩니다. 가끔씩은 톱밥을 모아 놓았다가 서울 근교에서 농사를 짓는 분들의 농사용 퇴비나 가축을 기르시는 분들의 축사에 전달해 드리기도 해요.

Ask the Artist : Seo Jin Hyeok

Q. 나에게 공예란?
A. 저에게 공예란, 작은 단위들이 결합하고 확장되어 새로운 기능과 가치를 지닌 형태로 재탄생하는 과정입니다. 공예는 단순히 재료를 다루는 기술적 작업을 넘어, 재료의 특성을 깊이 이해하고 그 가능성을 탐구하며 창의적인 해답을 만들어내는 여정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유리와 세라믹을 활용하면서, 각각의 재료가 가진 고유한 특성을 통해 새로운 형태와 기능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큰 의미를 느껴요. 이러한 과정은 제 작업의 핵심이자 공예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공예는 시간과 정성을 들여 형태를 만들어가는 동시에,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감동을 전달하는 소통의 매개체라고 생각해요.

Q. 기계로 만든 것이 아닌 수작업으로 만드는 것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A. 수작업으로 만드는 것의 가장 큰 가치는 작업자의 시간, 노력, 그리고 의도가 고스란히 담긴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해요. 기계로 대량 생산된 제품은 효율적이고 균일하지만,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작품에는 작업자의 손길과 개성이 드러나는 유일함이 있잖아요. 수작업은 단순히 기능적인 결과물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담긴 과정과 이야기를 통해 더욱 큰 가치를 만들어내요. 형태와 질감, 디테일 하나하나가 작업자의 결정과 감각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수작업은 단순히 물건이 아니라 창작의 결과물이자 작업자와 사용자 간의 감성적 연결을 만들어낸다고 믿어요. 특히 공예라는 분야에서는, 수작업의 반복과 정성이 결과물에 대한 깊이와 가치를 더해주기 때문에, 이러한 작업 방식은 단순한 생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Q. 세라믹을 다루시다가 유리로 넘어오시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A. 조형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특정 재료에 한계를 두고 싶지 않았어요. 특히 유리의 투광성은 도자 재료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어 저에게 큰 영감을 주었거든요. 유리는 더 큰 확장성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는 재료라고 생각했고, 이를 통해 흥미롭고 새로운 작업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기쁘고 좋았어요. 지금도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며 느끼는 즐거움과 도전은 저에게 큰 동력이 되고 있어요. 

Q. 작업실 테이블 한 구석 조개껍데기를 모아두셨던데 어떤 이유일까요?
A. 조개껍데기는 자연에서 만들어지는 가장 작은 단위의 집인 것 같아요. 오랜 시간과 특정 환경을 바탕으로, 거주자의 형태와 필요에 따라 각각의 디자인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이 정말 경이롭게 느껴졌어요. 특히, 작은 입자들이 겹겹이 쌓여 하나의 단단한 덩어리를 이루는 모습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고, 그 독특한 형태 역시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예요. 이러한 점들이 제 작업에 영감을 주는 중요한 요소가 되어 두게 되었습니다. 

Q. 작은 유닛들이 결합하고 확장하여, 새로운 기능과 가치를 지닌 형태로 재탄생하는 의미를 작품에 담고 계세요. 지금 사용하시는 단위의 유닛으로 대규모의 작업도 하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A. 현재 사용하고 있는 단위로 대규모 작업을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대신, 비율을 고려해 더 큰 유닛을 활용하여 대규모 작업을 시도해보고 싶다는 계획이 있어요. 이를 위해 다양한 스케일의 유닛들을 제작하고 조합하는 실험을 진행 중입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유닛의 조합을 건축 파사드나 가구 디자인 같은 영역으로 확장해보고자 해요. 이러한 시도가 제 작업의 가능성을 더욱 넓혀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Ask the Artist : OYuWoo

Q. 나에게 공예란?
A. 반짝이며 이야기가 있는 것. 시선을 따라가는 것.

Q. 기계로 만든 것이 아닌 수작업으로 만드는 것의 가치는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A. 실패와 경험을 통해 계속해서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점.

Q. 친구들로부터 잡지를 받고, 주 소재로 종이죽을 만들어 사용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그 시기와 상황도 궁금해요.
A. 큰 오브제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어요. 도자로 만들기엔 어려움이 있어서 대체 가능한 소재를 찾다가 어릴 적 하회탈을 만들던 종이죽이 떠올랐어요. 도자의 질감과 결이 닮아있는 점이 매력적이였고, 의도한 것보다도 더 종이가 일상에서 쉽게 얻어지고 쉽게 버려지기도 하는 소재더라구요.

주변 친구들이 모아 놓은 매거진 혹은 디자인 편집본이나 브로슈어 등등. 사무실에서 버려지는 포스트잇까지도 사용할 수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종이라는 소재에 더 관심하고 집중하게 되었어요. 일상에서 소외되고 버려진 소재들이 다시 우리의 일상에서 새로이 쓰여질 수 있도록 더욱 다양한 작업물을 만들고 싶어요.

Q. 작업물 중에 뾰족하고, 날카롭고 각진 것보다 동그랗고, 유연하고, 부드러운 곡선의 실루엣이 많아요. 이러한 형상에 담아내고 싶은 작가님만의 메세지가 있을까요?
A. 저의 일상에서 얻어지는 에피소드를 기반으로 작업물을 만드는데 어쩌면 저의 무의식을 표현하고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작업물의 형태가 동글동글한 형태가 되었을지도요. 의도적이라기 보다는 우연히 얻어지는 형태인데 그것이 저의 특징으로 자리 잡힌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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