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 01: 전보경, 김수미, 김은교

Published Date. 2024-11-28

AA 01: 전보경, 김수미, 김은교
Ask the Artist 는 작가와 작업에 관해 묻고 답하는 형식의 간단하면서도 핵심적인 인터뷰 시리즈 입니다. 2024 서치라이트 《초분시간(s”m’h)》의 참여작가 전보경, 김수미, 김은교의 AA 를 만나보세요.

Ask the Artist : Jeon Bo Kyung

Q. 나에게 공예란?
A.  인생. 공예는 단순한 작업이나 결과물을 넘어, 나에게 예술과 삶을 잇는 다리입니다.
공예를 통해 내 일상은 예술로 물들고, 작업 하나하나가 내 삶의 일부가 돼요.

Q. 기계로 만든 것이 아닌 수작업으로 만드는 것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A. 작업자의 시간과 노력, 애정이 축적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이죠.

Q. 작업실 벽에 붙은 문장이 어느 작업을 할때 나오게 된것인지 궁금합니다.
A. 물량이 많은 작업이나 미루고 싶은 힘든 작업들을 할 때 그 문장을 되새기며 스스로에게 주문을 거는 용도로 사용합니다. 그런 문장을 보며 마음을 다잡고, 집중력을 높여 작업을 이어가곤 합니다. 힘든 순간을 버티게 해주는 작은 의식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요.

Q. 작업에 사용하는 닥줄기도 직접 만드시는 걸까요? 닥줄기라는 작가님만의 소재를 탄생시킨 과정에 대해 알려주세요.
A. 닥줄기는 거래하는 공장에서 받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소재는 2022년 KCDF ‘스타상품개발공모’에 참가하면서 상품 개발 과정을 통해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닥줄기는 최종 우승자로 선정되도록 만들어 준 중요한 소재로, 현재의 작업을 가능하게 해준 ‘초석’이자 중요한 발판이 되었습니다.

Q. 아기자기 시리즈나, 초석 시리즈 등 다양한 시리즈를 전개하시는데 이 작업들의 뿌리는 어떤 걸까요?
A. 제 작업의 시작은 뭔지 모를 강렬한 이끌림에서 비롯됩니다. 한국적인 정서와 제 안에 내재된 DNA가 자연스럽게 작용하여 일상생활 속에서 영감을 얻게 됩니다. 이렇게 떠오른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구체적인 형태로 풀어내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하나의 시리즈가 탄생하게 됩니다. 각 시리즈는 제 삶과 감정의 일부가 녹아든 결과물로, 한국적 미감과 현대적 감각을 조화롭게 표현하고자 합니다.

Ask the Artist : Kim Su Mi

Q. 나에게 공예란?
A. 진부하게 들릴 수 있지만 꾸준함을 주는 힘.

Q. 기계로 만든 것이 아닌 수작업으로 만드는 것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A. A-Z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나의 손을 거쳐 지나가야하는 작업이라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Q. 가장 공들였던 킨츠기 작업이 있으신가요? 어떤 것인지 이야기 해주실 수 있을까요.
A. 매번 다 공들여서 작업하는 스타일이라 하나하나 다 소중해요. 하지만 별개로 별것 아닌 작업이지만 많이 기억에 남는 작업은 있어요. 처음에는 쉬운 방법의 길로 가려고 잔머리를 써서 작업한 기물이 있었는데 완성물이 너무 볼품없어서 난감했었어요. 결국 다시 원상태로 복구시키고 전통적인 방법으로 다시 작업을 했었죠. 결과적으로 시간도 2배가 걸렸고 복구하는데 꽤나 애를 먹어서, 다시는 잔머리 쓰지 말고 ‘정직하게 판단해서 작업하자’라는 계기를 준 기물이 기억나네요.

Q. 깨진 것을 이어붙이는 작업이 작가님의 삶에 있어 어떠한 영향을 준 부분이 있을까요?
A. 유연하게 사는 마음이 많이 커졌어요. 쉽게는 좋은 기물을 편하게 쓸 수 있는 마음이 생겼고요, 작업을 하는 관점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들여다보고 신경 쓰다 보니, 킨츠기가 아니더라도 마음을 먹으면 혹은 계획을 한다면 어떤 것이든 다 만들어서 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Q. 달마다 일본과 한국을 왕래하며 계속해서 킨츠기를 더 깊이 공부하고 계십니다. 두 국가에서 킨츠기를 배우고, 가르치면서 느끼는 차이점이 있을까요? 
A. 처음부터 작업을 교토에서 배웠다 보니 한국에서는 배워보지 못해 아쉬운 부분도 있어서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꼭 더 공부할 예정이에요. 제가 가르치는 입장에서 양국의 학생들을 보면 수선에 접근하는 태도랄까, 생각이 흥미로웠어요.
‘直す:고치다‘ 자체가 소중하게 여기는 기물을 수리해서 재사용하는 목적이잖아요? 
주관적으로 느꼈을 때, 한국의 경우는 소중하게 수리한 기물을 일상에 다시 사용을 하기보다, 한 번 더 깨질 수도 있다는 사실에 걱정이 생겨 사용하지 않고 보관할 생각으로 작업하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데 일본의 경우 원래 일상에서 사용하는 ’直す:고치다‘ 라는 단어처럼 편하게 다가오는지, 귀한 물건이라도 실제로 사용하기 위해 작업하는 비중이 더 컸어요. 같은 작업을 입히는데도 사물을 바라보는 태도가 다른 지점에서 흥미를 느꼈어요.

Ask the Artist : Kim Eun Gyo

Q. 나에게 공예란?
A. 정직한 노동이다.
공예라는 것은 노동집약적인 행위가 강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요. 노동이라는 단어만 듣는다면 힘들다고 느낄 수 있지만 정직한 노동은 노동이 주는 뿌듯함, 성취감 등 긍정적인 감정들을 일으키는 촉매제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공예는 내가 노력하고 더 깊이감 있게 사고한 만큼의 결과물들이 나오기 때문에 거짓말하지 않는, 의미있는 행위예요.

Q. 기계로 만든 것이 아닌 수작업으로 만드는 것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A. 저는 정형화된 작업보다 비정형의 작업스타일을 추구하기 때문에 우연성이 가져다주는 자연스러운 미감을 더 선호합니다. 우연성은 수작업만이 주는 손맛의 묘미 중 하나예요. 그렇기 때문에 같은 작업이라도 조금씩 차이가 있는 모습들은 공산품에서 느낄 수 없는 수작업만이 주는 특별함이죠. 이런 특별함을 느낄 수 있도록 손끝에 집중하여 더 정교하게 숨쉬는 아름다움을 창작해요. 손끝에서 전달되는 따뜻함을 담아 그를 소유할 사람에게까지 전하는 유일한 방법이 수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Q. 작업하신 것들을 보다보면 엄청 러프하기도 하고, 아주 얇은 선의 느낌이 두드러지기도 합니다. 이런 광범위한 작업 스타일은 자연물의 특징과 관련된 것 같기도 해요. 자연과 작업을 연결시키는 작가님만의 포인트가 궁금합니다.
A. 제가 매일 다니는 길에 있는 나뭇잎, 꽃들을 기록하는 걸 좋아해서, 일상 속 자연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일상의 아름다움을 오랜 시간 기억하고 보관하고 싶기에 그것들을 찰나로부터 수집해서 조각화해요.
이렇게 대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아름다움도 좋아하지만, 나아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공간이 더 많은 바다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미지의 공간이기 때문에 더 풍부한 상상력과 꿈을 품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많은 것을 품은 바다처럼 유연하지만 단단함을 가진 형태를 구상하고 조각합니다. 가만히 있는데도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무용적인 형상으로 그 상반된 매력을 전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작업하고 있어요.

Q. 수많은 기법들 중 칠보기법을 작가님의 작업물에 적용시킨 이유가 있을까요?
A. 금, 은, 동처럼 한정된 금속의 색상이 아닌 다채로운 색을 활용한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여러 가지 기법을 연구해 보다가 칠보 기법을 사용할 때에 비로소 제가 원하는 영롱하고 고혹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더라고요. 유약 가루의 상태에서 고온의 가마에 소성하는 과정을 거쳐 보석으로 탄생하는 칠보야말로 사람이 만들어 내는 보석 중 가장 아름다운 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마의 온도, 유약의 두께, 그날의 수분량, 소성시간에 따라 색감과 재질이 미세하게 다르게 나오기 때문에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이 탄생한다는 점이 칠보 기법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하여 제 작업에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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