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범석은 명확히 알 수 없는 인공의 파편을 모듈화하는 방식으로 미래와 닮아 있는 새로운 형상이자 현재를 위한 기능적 사물을 만들어 나간다.
누구나 한번쯤 상상의 세계를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며 자란다. 그저 순수한 상상의 유희일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현실에 눈을 뜨며 순수의 세계는 현실 뒤로 사라져버린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며 상업적이고 기술적인 배움을 하며, 오히려 잊힌 순수한 예술적 상상에 집중할수록 작업이 즐겁고 의미 있음을 깨달았다. 순수한 표현에의 갈증은 자연스레 작업에 녹아 ‘기술적 세계 안의 무한한 형태’를 다루게 됐다.
가까운 미래기술과 형태의 ‘다양한 표현’을, 상상에 기반을 둔 ‘단순한 기능’을 가진 사물 디스토피아적인 암울하고 차가운 미래를 상상한다. 자주 듣고 보던 음악, 영화, 글, 사물 등의 영향이었으리라. SF영화에서나 볼 법한 탐사선의 기하학적 다리, 금속의 기계적 구조, 인공 우주물체 등 차갑게 나열된 미래적 이미지가 나의 상상을 깨운다. 그리고 나는 나의 직관적 의도가 관람자에게 우연히 또는 단순하게 시각적으로 전달되길 바라며 단순한 기능을 가진 사물을 디자인한다.